인사동-가회동-통의동 연결
전통ㆍ현대 어우러진 문화벨트
국제 교류ㆍ한국작가 육성 기지로
아시아 최고 아트밸리 재탄생 기대


미술을 좋아해 인사동을 즐겨 찾았던 소설가 박완서 씨는 "인사동 길에 들어서면 전통이 뿜어내는 (특별한) 공기가 가슴을 꽉 차게 한다"고 되뇌곤 했다. 어질고 넉넉한 백자항아리며 텁텁한 토기, 아름다운 목기들이 마치 열병식하듯 주르르 늘어서서 오가는 이들을 맞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인사동은 길목만 들어서도 기분이 좋다"고 외쳤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인사동은 문화의 향기는 퇴색된 채 목청 큰 호떡장사와 관광기념품이 난무하는 거리가 됐다. 물론 몇몇 화랑들이 건재하곤 있지만 과거의 고졸한 맛은 찾기 힘들다. 그래서 등장한 곳이 삼청동이다. 삼청동으로 통칭되는 서울 북촌 일대는 인사동에서 옮겨간 미술관과 갤러리가 중심이 되고, 독특한 아트숍과 패션숍, 식당들이 뒤를 받쳐주며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의 거리'가 됐다.

하지만 삼청동에도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경복궁 동편에서 삼청동으로 오르는 길 초입에 '턱' 하니 자리잡은 국군기무사령부가 그것이었다. 마치 접근하면 발포(?)라도 할 듯 삼엄한 경비병들과, 견고한 담자락으로 무장한 군부대는 문화와는 도무지 걸맞지 않는 시설이었다.

그러던 것이 새해 들어 이명박 정부가 기무사 터에 국립미술관 서울관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삼청동 일대는 확실한 전기를 맞게 됐다. 특히 이 터에 '미술관이 들어서야 한다'며 1996년부터 시인 조병화(작고), 건축가 장세양 등과 함께 민간운동을 펼쳤던 정준모 고양문화재단 감독, 이두식 홍익대 교수 등은 환영성명을 내고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천명하고 있다. 즉 기무사를 중심으로 한 북촌 일대 아트밸리를 보다 총체적이면서도 전향적인 비전 아래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

▶교류와 혁신 주도할 신개념 미술관을=기무사 터는 대지면적 2만7354㎡(8289평), 건평 3만4490㎡(1만451평)로 미술관이 들어서기 적당한 규모다. 물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보다는 작지만 이제는 양보다 질이 중요한 시대다. 특히 기무사에는 일제 때 경성제대부속병원으로 쓰였던 고풍스런 국군서울지구병원(근대문화재) 건물이며 검박하지만 잘 리노베이션하면 쓸모 있게 활용할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고무적이다. 지하로 경복궁과 연결돼 있는 것도 관심을 모은다. 따라서 문제는 미술관의 성격이다. 북촌 일대 아트밸리를 하나로 묶을 구심점으로서 신선하면서도 과감하고, 역동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미술관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서 미술관 정책을 맡고 있는 용호성 예술정책과장은 "기무사 미술관은 건립계획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성격과 일정이 크게 달라진다"며 "기존 건물을 뼈대만 남기고 헐 수도 있고, 내부만 약간 손볼 수 도 있는 등 리노베이션이나 리모델링의 기법이 다양해 현재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고 밝혔다. 기무사 터 매입비는 1135억원으로, 올해 20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상태. 향후 건립 예산 등이 순조롭게 확보될 경우 완공까지 4년이 걸릴 전망이다. 즉 2012년께 완공되는 셈.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우선 미술관의 성격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도심에 이렇다 할 대형 전시관이 없으니 전시관을 만들라는 주문이 있는가 하면, 낡은 발전소를 보란 듯 활용한 런던의 테이트 모던미술관처럼 현대미술계를 리드할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이에 대해 용호성 과장은 "단순히 전시관으로 쓰기엔 도심공간으로 아까운 측면이 많다"며 "아시아의 독보적인 '문화 랜드마크'를 대전제로, 해외 미술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센터이자 유망한 한국작가를 월드 스타로 키우는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예술의전당이 들어서자 인근에 악기점 등 각종 문화공간이 생겨나며 자연스럽게 아트벨트가 됐듯 기무사 미술관도 도심의 아트밸리를 리드하고, 시너지를 많이 낼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과천 미술관처럼 닫힌 미술관이 아닌, 국제미술계와 적극적으로 호흡하고 소통하는 미술관이 돼야 한다는 것. 또 시장적 측면에서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허브가 되어야 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뉴욕의 PS1미술관이라든가 뉴뮤지엄, 샌프란시스코의 SF MoMA, 시카고 MoCA, 부다페스트의 루드비히미술관처럼 과감한 현대미술 전시를 펼치는 미술관은 물론이고, 런던의 테이트모던, 독일의 공공미술관 등을 다각도로 벤치마킹하되 '유연하면서도 신선한 미술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미술관 조성 계기로 북촌의 아트밸리 급부상= 기무사 터의 미술관 조성으로 사간ㆍ소격ㆍ삼청ㆍ팔판ㆍ통의ㆍ가회동 등 북촌 일대는 '아시아 최고의 아트밸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구나 북촌은 뉴욕의 소호, 베이징의 다산쯔(大山子)에 못지않은 다양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을 비롯해 창덕궁 창경궁 종묘가 어우러져 600년 서울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다. 국가 상징거리인 광화문과도 지척이다. 그뿐인가. 가회동과 안국동엔 전통한옥이 운집해 있다. 이처럼 차별화된 문화유산을 거느리고 있는 데다 도보로 이동이 가능할 정도의 적당한 면적과 좁은 뒷골목의 다채로운 볼거리도 매력적이다.

현재 이 지역에는 민속박물관 고궁박물관 금호미술관 아트선재센터를 비롯해 박물관 및 미술관 20여개, 갤러리는 80여곳이 넘는다. 또 향후 건립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정독도서관이 며 동십자각을 비롯해 아트숍, 디자인숍까지 포함할 경우 문화 관련 시설은 200여곳을 훌쩍 상회한다. 따라서 북촌 일대의 한옥촌과 갤러리, 아트숍 및 패션숍, 레스토랑과 구심점인 국립미술관이 어떻게 윈윈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독보적 아트밸리로 부상하는가가 관건이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삼청동 아트밸리가 최근 정부 발표로 권역이 더욱 넓어지고 세분화ㆍ전문화되고 있다는 점. 즉 사간동 삼청동에 이어 통의동 가회동 재동 일대까지 문화 관련 시설이 파고들고 있다. 이는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문화에 대한 수요가 점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긍정적 수요를 건설적 측면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북촌의 마지막 대형 부지인 옛 미국대사관 숙소와 금융연수원 등도 장기적으로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되어야 진정한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좁은 도로, 태부족한 주차장, 치솟은 부동산값 등 문제도 많아=아트밸리는 꼭 밝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삼청동 일대 대로변은 이미 평당 7000만원을 상회할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아 있다. 뉴욕의 경우 소호의 낡은 공장에 미술가들이 모여들며 문화거리로 부상하자 상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작가들은 이스트빌리지로 떠났고, 급기야 최근에는 윌리엄스버그, 덤보 등 브룩클린의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 북촌도 이를 답습할 공산이 크다.

주말이면 통행조차 어려울 정도의 좁은 도로와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도 문제다. 게다가 올망졸망한 이면도로의 낡은 건물은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맛은 있지만 화재 등 사고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전통한옥들이 아트밸리 조성으로 인해 마구잡이로 훼손될 우려도 있다. 따라서 미술관 설립과 함께 북촌의 '아트밸리로서의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져야 한다. 당장은 좀 손해를 보고,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보다 큰 밑그림을 그려 장기적으로 한국을 대표할, 아니 아시아를 대표할 아트밸리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경쟁력 있는 아트밸리는 침체된 문화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제2, 제3의 백남준을 길러내는 소중한 예술메카가 될 것이니 말이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신고
Posted by gaia

BLOG main image
by gaia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675)
창조적 특이인재 (80)
창조적 비즈니스모델 (35)
English education (33)
environment (32)
Korea in the world (31)
Korean History (37)
Korean Tour (10)
Translation (14)
Global leader (41)
1만 네트워크 (34)
21세기 경영 (9)
지역아동센터 (15)
지역센터인물 (32)
지역센터 (33)
How to study (11)
business (33)
Economics (31)
Politics (1)
Human Resources (12)
Organizational Behavior (2)
Organization theory (6)
Korean Labor (50)
의식 공동체 (23)
Social work (18)
창조메일 (1)
창의성(creative) (1)
창의적 학습공동체 (28)
공부꺼리 (0)
창조메일문제 (10)
의식혁명 100 (11)
Total : 109,616
Today : 29 Yesterday : 34
Statistics 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