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48)는 '한국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최초의 외국인 교수'로 불린다. 지난해 9월 부교수로 임용돼 1년간 학생들을 가르쳐 온 그는 17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왜 영어를 유창하게 잘해야 하느냐"며 영어 몰입교육·조기교육을 겨냥한 '쓴소리'를 내놓았다. 그는 "영어가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지 알고 교육정책이 세워져야지 영어를 아주 잘해야 하는 계층은 많지 않다"며 "관광·무역 등은 중국어가 더 필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발음을 중시하고, 영어 선생님으로 미국인 백인 저학력자를 필리핀인 박사보다 선호하는 것은 한국 특유의 '랭킹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랭킹주의는 2차대전 무렵 일본이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강요되던 것인데, 그게 왜 2000년대 한국에서 재현돼야 하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어라는 외피(外皮)보다는 속에 있는 콘텐츠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파우저 교수는 미국 미시간대를 졸업한 1983년 서울대 어학연구소에서 1년간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과의 인연을 맺었다. 미국에서 2년간 석사 학위를 준비한 것 외에는 93년까지 육군종합행정학교·KAIST·고려대 등에서 줄곧 교편을 잡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국어 교수'가 아닌 '영어 선생님'이었다.

파우저 교수는 최근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한글 도입에 대해 "한국인에게는 자랑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면서도 "한글을 수출했다면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문화적 수용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이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결혼이민자 여성들의 모국 문화를 배우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미·일 3개 국어에 능통한 그는 '한글 세계화 프로젝트'에 대해 "국제적 위상과 교류가 늘면서 한국어 교육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한글 세계화를 하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대국(大國)처럼 되고 싶어하는 일종의 제국주의적 발상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한국은 '세종학당'을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나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같이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학당 프로젝트가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인 선생을 체계적으로 끌어안지 못하고, 정부 산하기관 여러 곳에서 '중구난방'식 한국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우저 교수는 한국 대학생들에 대해 "교수와의 교류가 잦고 예의도 바르다"면서 "반대로 대학생들의 꿈이 너무 작아진 것은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80~90년대에는 회사를 세우겠다든지 사회를 향한 큰 차원의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취직이 제1의 관심사"라며 "공무원이나 교사같이 안정적인 철밥통 직장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 정환보기자 botox@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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