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새 후원자들에 '원순씨 김치찌개' 대접하는 날
현 정부들어 후원사업 줄줄이 무산
개인적으로 노후 걱정은 없는지

"손은 닦으셨어요?" 맨손으로 돼지고기에 양념을 버무리는 원순씨(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가 가장 반기는 호칭이라고 한다.)에게 신영희 연구원이 한 마디 한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냉큼 '씻었다'고 대답하는 원순씨.

↑ 인터뷰는 밤 11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그의 사무실 한 켠에는 발포 매트리스와 담요가 있었고, 옷걸이에는 셔츠 대여섯 벌이 걸려 있었다. "새벽에 일이 끝나면 가끔 여기서 잠도 잡니다." 조영호기자voldo@hk.co.kr

그러더니 '주방장'으로서의 권위를 의식한 듯 "이런 음식엔 땀도 좀 들어가야 한다"며 한 마디 얹고는 주변을 둘러보지만, 반응이 없자 머쓱했던지 또 한 마디. "냉장고에 있던 고기라 그런가? 손이 정말 시리네…."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희망제작소 3층 주방. 박 상임이사가 신규 후원회원 몇 명을 초대해 김치찌개를 대접하기로 한 날이다. 음식 준비는 공언한 것처럼 박 상임이사의 책임. 그게 미덥지 않았던지 신 연구원이 '보조'(?)로 가담한 터였다.

상에 찌개 하나만 덜렁 놓기 뭣하다며 추가한 메뉴가 제육볶음이었고, 야채며 밑반찬, 돼지고기 등 장을 봐온 것도 두 사람이었다. 찌개가 국이 됐네, 두부를 너무 잘게 썰었네…. 실세 보조의 끊임없는 지적에도 그럭저럭 찌개는 끓었고, 손님들도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식탁이 차려지는 동안 박 상임이사는 손님들을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희망제작소 소개와 사업 성과 등을 설명하더니 서가에 빼곡히 꽂힌 파일들을 가리키며 각 내용들을 소개한다. 그 중 하나를 뽑아 든 게 '코인 스트리트'라는 파일이다.

"영국 런던 테임즈 강변의 한 마을 이름인데, 주민들이 주도해 일부 공간을 상업시설로 개발하고 그 수익으로 아름다운 동네를 만들었어요. 그들도 거대 개발회사에 맞서 10년간 싸워 이겼는데, 우리와 달리 창의적 대안이 있었던 거죠. 우린 아무도 안 살던 동네처럼 과거의 흔적들을 콘크리트로 뒤덮고는 주민들 내쫓고 엉뚱한 사람 돈 벌게 하는 식이잖아요. 용산 참사 같은 일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지역개발 모델입니다." 그의 열정적 설명은 "찌개 다 식겠다"는 연구원의 지청구를 듣고서야 멎었다.

출범한 지 3년. 시민운동 살림이 어디나 넉넉했던 적 없었고, 세상이 다 어려운데 '여기'만 풍요롭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만, 희망제작소의 어려움이 예사롭지 않다는 말이 연초부터 떠돌던 터다.

주요 수익모델 가운데 하나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정부나 기업 등에 판매하는 창의 마케팅인데, 알려진 것처럼 행정안전부와 맺은 지역홍보센터 건립 사업이나 하나은행과 합의한 소기업 후원사업 등이 줄줄이 무산된 것. 사무실을 옮긴 것도, 이 날의 김치찌개 행사도 그런 저간의 사정과 무관치 않다.

초대 손님은 헤어샵 원장과 식구들, 주부, 출판사 직원, 대학원 준비생, 교사, 사업가, 난민구호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고3 여학생 등 다양했다. 식후 티타임에는 삶과 사회적 가치를 결합할 수 있는 다양한 구상과 아이디어들을 주고받았고, 박 상임이사와의 간단한 문답시간도 가졌다.

-노후 걱정은 없으신지.

"솔직히 가끔 걱정되긴 해요. 우리나라는 나이 많은 사람이 주로 밥값을 내잖아요. 지금은 강연료를 버니까 낼 수 있는데, 그런 일 다 끊어지면 어쩌나 하는 거죠. 그래도 제 직업엔 은퇴라는 게 없어요. 먼저 검찰총장 된 사람과 후보로 거론된 이들이 대부분 제 동창 또래예요. 그 사람들은 언제 떨려날지 가슴 졸이지만 전 그만두려면 사임투쟁을 해야 해요. 참여연대 그만 둘 때도 그랬는데, 지금은 아름다운 재단에서 제 사표 수리를 안 해줘요. 행복한 일이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공적 삶과 사적 삶의 균형은?

"완전히 파괴됐죠. 인간이 모든 일에 완벽해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잖아요. 초기에 식구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놓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아요. 그래도 아직 이혼 안 당했고, 전 퇴직금도 없으니 황혼이혼 걱정도 안 해요."

가계 살림에는 얼마나 보태냐는 질문에는 "아내도 일을 하니까 대충 먹고는 사는데, 자세히 알면 서로 괴로우니까 잘은 모른다"고, "그래도 왠만한 직장 간부만큼은 버니까 얼마씩은 보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 수입 중 상당액도 직원이나 연구원들을 위한 기금으로 들어간다.

집도 기부하고 세를 살지만, 지금 집이 전세 2~3억 원은 되니 별 걱정 없다고 말하는 그다. 행사는 시종 유쾌한 웃음 속에 예정 시각보다 1시간 가량 길어져 밤 9시 30분께 마무리됐다.

인터뷰는 원순씨의 방에서 이어졌다.

-후원회원 모집 성과는.

"기존 회원은 700명 정도였는데, 올 들어 적극적으로 나서 3,000명을 넘겼고 10만원 이상 후원자도 200명 가량 돼요. 박정희 때 감옥 갔던 게 제게 보약이 됐듯, 최근 직간접적인 압력이 희망제작소 체질을 보다 건강하게 해주는 계기가 됐어요."

-희망제작소의 일보다 박 상임이사 보고 오신 분들도 있는 것 같더라.

"우리 사업이라는 게 대중적으로 금세 어필하기는 어렵죠. 가난한 사람을 직접 돕는 것도 아니고 참여연대처럼 센세이셔널한 활동을 하지도 아니잖아요. 이제 3년 됐는데, 참여연대도 3년 될 때까진 사람들이 잘 몰랐어요. '경실련 비슷한 거야'라고 소개했을 정도니까요. 언뜻 보면 잘 몰라도 자세히 보면 우리 일에 다들 감동하세요."

-국정원의 시민진영 개입 발언 이후 달라진 점은.

"특별한 건 없어요. 우리 일이 정부와 부딪칠 게 전혀 없는데, 이상한 사람들이죠. 비영리기구(NPO)라면 무조건 정부 괴롭히거나 기업에 시비 거는 집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미국을 보세요. NPO 활동이 전체 GDP의 7%를 차지해요. 공익 자원봉사자가 전 성인인구의 절반인데, 그걸 풀타임 노동자 기준으로 보면 매일 800만 명의 근로효과가 있대요. 우리가 하는 퇴직 시니어 사업인 행복설계 아카데미만 해도 일자리 창출 사업이거든요. 정부가 돈 들여서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대신하고 있어요."

-최근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 만나셨다던데.

"만나자고 해서 정부를 잔뜩 비판해줬어요. 전 이 대통령을, 그 분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제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몇 백 명 안에 드는 분으로 여겨왔어요. 서울시장 시절 인연도 있고요. 이 정부의 성공을 바랍니다. 국민에게도 좋은 일이고 그래야 야당도 더 열심히 할 거 아닙니까. 2시간 가량 얘기를 했고 메모는 꼼꼼히 하던데 아직 피드백은 없어요. 별로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아요.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바꾸기에는 이미 구축해놓은 이념적 대결구도가 너무 단단하고 적과 동지를 엉뚱하게 갈라놓은 것 같아요."

그는 '인터미디어리(Intermediary)' 곧 중간적 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려면 희망제작소 같은 시민조직과 지역단체 등의 중개가 필수적이죠. 정부와 그런 조직들의 가버넌스, 협력관계가 다 무너졌어요. 우익조직요? 정치적 구호만 떠드는 뉴라이트 진영의 몇 개 단체 외에 정말 필요한 풀뿌리 조직이 있습니까?"

그는 최근 포르투갈 리스본에 서 열린 'SIX(Social Innovation eXchange) 여름학교' 참관기 등 국내외의 선진 흐름의 현장들을 누비며 보고 듣고 느낀 바와 다양한 창의 혁신의 컨텐츠들을 모아둔 자신의 블로그(원순닷컴)를 언급하며 "대통령부터 먼저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니 우니,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고 했다. 자본주의라도 나라마다 사회마다 색깔이 다 다른데, 우리만 극단적 잣대로 사람과 세상을 재단하려 든다는 것이다.

"저만 해도 상당히 보수적인 면이 있을 겁니다. 50대 중반이고, 경상도 남자거든요. 그럼 전 보숩니까? 이념이란 생물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움직이는데 우리는 포획할 수 없는 도구로 그걸 붙들려고 헛발질하고 있어요. 40년대도 아니고…. 제겐 미래지향적이냐 과거지향적이냐, 실천적이냐 이념적이냐 등이 훨씬 의미 있는 잣대예요."

박 상임이사는 새 자리를 잡을 때 이미 어떻게 하면 떠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함께 일하는 이들의 팀워크, 둘째는 사업의 패턴, 세 번째는 지속가능성, 특히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따져봐요. 좋은 활동가들이 창의와 열정으로 뭉쳐 의미 있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기반이 닦였다고 생각되면 전 떠납니다. 관계를 단절할 땐 거의 폭력적으로 끊어요. 의존하게 되면 서로 불행해지거든요."

그렇게 그는 참여연대를 떠났고,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를 떠났다. 참여연대는 국내 대표 시민운동 단체로 굳건하고, 아름다운 재단의 지난 해 모금액 만도 150억 원이 넘는다. 아름다운 가게는 최근 100호 점포를 넘어섰고, 대안가게인 아름다운 커피의 매출도 내년 100억 원을 기대하고 있다.

물수제비뜨듯 그가 일으킨 희망의 파문들은 이미 세상의 아름다운 물결로 번지고 있고, 희망제작소의 주요 사업들 -사회창안센터 활동, 해피 시니어 사업, 희망아카데미 등- 도 나은 내일을 향한 새 물길을 열고 있다.

마지막 질문. 그는 인간의 모든 긍정적인 단어들을 포갰을 때 만들어질 교집합의 이름을 '관계(Withness, Togetherness)'라고 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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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 선양(瀋陽)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중국인들을 돕기 위해 펼치는 '은혜 이슬'운동(회장 김기식)이 중국땅을 적시고 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인 한 중국인 초등학생을 학업을 마칠 때까지 계속 돌봐주자는 소박한 취지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2004년 12월 첫 발을 내디딜 때만 하더라도 발기인이 2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 기부운동이었다.

알음알음 알게 된 교민들이 모이면서 지금은 회원이 330여명으로 불어났고 지원받는 중국인도 65명에 이른다.

한 달 7천-8천 위안의 후원금을 모아 초등생은 100위안, 중.고.대학생은 200위안을 지원하고 있으며 독거노인과 장애인, 고아원 등으로 후원 대상을 넓혀가고 있다.

후원 대상이 대부분 부모의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결손 가정의 자녀이거나 생계 능력이 없는 노인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매달 한 차례씩 방문해 말 벗도 돼주고 집안 일도 거들어 주는 것은 물론 이미용과 의료진료 등의 자원봉사활동도 해오고 있다.

교민들이 안 쓰는 물건들을 모아 전달해 주는 것도 회원들의 몫이다. 대학생 회원들은 자매결연한 학생들의 학업도 지도해주고 있다.

유방암에 걸린 30대 여성이 은혜이슬운동본부의 도움으로 수술을 받아 건강을 되찾았고 2명의 중증 장애인들은 손발이 돼주는 회원들의 도움으로 생활이 한결 나아졌다.

랴오닝(遼寧)성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 푸신(阜新)의 한 초등학교 학생 13명이 학비는 고사하고 수업 준비물도 챙겨올 형편이 안돼 학교 측으로부터 "더 이상 학교에 올 필요가 없다"는 통보를 받아 낙담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들을 모두 수혜자로 선정, 돌보고 있다.

학생들이 "도움 덕분에 학교에 잘 다니고 있고 성적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저희도 커서 남을 돕는 사람이 되겠다"는 감사의 편지를 보내와 회원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기도 했다.

첫 수혜 대상이었던 학생이 대학을 졸업, 어엿한 회사원이 돼 매달 후원금을 내는 회원으로 활동할 만큼 이 운동은 짧지않은 연륜을 쌓았다.

2007년 4월에는 후원자와 수혜자들이 함께 문화축제를 열어 흥겹게 어우러지기도 했다. 올해 10월에도 풍성한 문화축제를 열어 수혜자들에게 용기를 심어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해 금융 위기가 닥치면서 귀국하는 회원이 늘고 후원금도 줄어 눈물을 머금고 11명에 대한 후원을 중단한 것이 회원들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회원들은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새로운 시도로 더 많은 후원자들을 확보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동전의 희망' 프로젝트가 그 것으로 집에 묵혀두고 사용하지 않는 동전을 모아 더 많은 이들을 돕자는 구상이다.

다음 달 2만개의 저금통을 교민들의 가정과 기업, 기관에 나눠준 뒤 회수해 수혜자를 500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 은혜이슬운동본부의 포부다.

중국 중앙한인회도 이 운동에 동참, 중국 전역에 5만개의 저금통을 배포하기로 하면서 선양에서 출발한 은혜이슬운동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주선양 한국총영사관도 적극적인 후원을 약속했다.

김기식 회장은 "더불어 사는 중국인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진심을 전한다면 중국 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혐한(嫌韓) 분위기도 사라질 것"이라며 "한 명, 한 명이 베푸는 은혜의 이슬로 세상을 촉촉하게 적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024-2347-1028)

pjk@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haohao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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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혁을 하면 아무리 황폐한 학교여도 약 1년 후에는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갈등과 학생 간의 폭력 행위가 아예 없어지거나 전무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또 학생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적극적으로 배움에 참가하는 상태로 변한다.

그 리고 개혁을 시작한 2년 후에는 미등교 학생(연간 30일 이상 결석하는 학생)이 이전 30%에서 10% 정도로 급격히 감소한다. 학력 향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1년 후 성적이 낮은 학생의 학력이 대폭 향상되고 2년 후에는 성적 상위자의 학력도 향상된다."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학부모이거나,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이런 '개혁'이 있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실제 상황이라기 보다는 약장수의 말처럼 과장섞인 얘기로 들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실화다.

그것도 지난 13년간 일본 내 3000여 개 학교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혹자는 '기적'이라고도 일컫는 이런 개선은 대체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그 주인공은 도쿄대 교육학사토 마나부 교수다. 그가 창안한 개혁의 이름은 '배움의 공동체'이다. 한 개의 소학교(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이제 공립학교 중 10% 가량의 학교가 참여할 정도로 일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배움의 공동체' 운동을 정리한 저서는 곧 일본 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국내에도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북코리아 펴냄),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에듀케어 펴냄) 등으로 번역돼 나왔다. 일본 교육개혁 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사토 교수의 학교 개혁은 일본,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3년 전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도입하는 등 시범 단계에 있다.

그것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열린 사토 마나부 교수 초청 워크숍에 사람이 몰린 이유이기도 하다. 스쿨디자인21, 참교육연구소, 함께하는교육연구소 등이 주최한 워크숍에는 100여 명이 넘는 교사, 교육 전문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체 '배움의 공동체'가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23일 진행된 사토 교수의 강연인터뷰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경쟁만 아는 아이들은 배우지 못한다"

▲ 사토 마나부 도쿄대 교육학과 교수. ⓒ프레시안
프레시안 :
'배움의 공동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사토 :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란 학생들이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학교를 말한다. 또 교사들이 교육의 전문가로서 서로 배우고, 학부모와 시민이 교육 활동에 참가해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학교이다.

간단하지만 실현하기는 매우 어렵다. 최근 아이들은 서로 배우질 못한다. 경쟁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대신 '이건, 이런거야'라고 금방 가르치거나, 공부 못하는 아이는 '가르쳐 줘'라고만 하지 '같이 생각하자'라며 배우지 못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교실을 굳게 잠그고 서로 배우려 하지 않고, 교사들이 모이면 서로 다른 교사를 욕하기 바쁘다. 교실을 열고 서로 어떻게 하는지 배우는 것은 참 하기 힘든 일이다. 부모 역시 모이면 교사을 흉보며 '연대'한다. '서로 배운다'는 것이 간단하지만 실현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프레시안 :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고 말하며 '배움의 공동체' 운동에서 수업 개혁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어떤 것인가.

사토 : '배움의 공동체'는 학생의 활동적이고 협동적이며 반성적인 배움을 조직하도록 만들어진다. 소학교 3학년 이상 모든 교실, 모든 수업에서 남녀 혼합 4명 그룹을 조직하고, 서로 가르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배우는 관계를 구축한다. 공부를 하다 모를 때 친구에게 '어떻게 하는거야?'라고 물어보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수업에서 학생들은 칠판만 보는 배치가 아니라 서로 모여 앉는다.

교사는 수업을 '듣기', '연결짓기', 되돌리기'라는 세 가지 활동으로 관철시킨다. 또 목소리 톤을 낮춰 말을 엄선해서 할 것, 즉흥적인 대응으로 창조적인 수업을 할 것이 요청된다.

또한 이 책임은 교사 혼자서 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 교장, 보호자가 공유해야 한다. 쓸데없는 회의폐지하고 수업 관찰에 바탕을 둔 사례 연구회를 학교 경영의 중심에 둬야 한다. 모든 교사가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동료에게 수업을 공개하고 수업 사례연구를 실시하며, 연구 내용은 교재나 교사의 지도법보다 오히려 교실에서 일어난 아이들의 배움의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학부모와의 관계는 학기에 한 번 정도 실시하는 수업 참관을 폐지하고 학부모와 교사가 협동해 수업 만들기에 참가하는 '학습 참가'로 전환한다. 여기에는 연간 80% 이상의 학부모 참가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레시안 : 그런 수업 개혁, 학교 개혁을 통해 일어나는 일반적인 변화는 어떤 것인가.

사토 : '배움의 공동체' 시범학교에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처음에 놀라는 것은 학교가 조용하다는 것이다. 일본 학교의 특징인 떠들썩함이나 높은 목소리, 과도한 긴장감이나 언제나 쫓기는 듯한 초조함은 사라진다. 조용하다고 해서 배움이 활발하지 않은 게 아니라 반대이다.

서로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겸허함이다. '저요, 저요'라고 외치는 학생이 사라지고 열심히 친구가 말하는 것을 듣고 생각하려 하는 섬세한 아이들이 키워진다.

학생은 대화하 는 경험을 통해 지식을 활용, 탐구할 수 있게 되고 자기 생각을 만들고 다른 이로부터 배울 수 있게 된다. 아이와 교사들의 말과 몸짓이 부드럽고 서로 답하고 돌보는 관계가 실현된다. 다른 이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관계를 기반으로 한 협동적인 배움이 실천되는 것이다.

▲ "학생은 대화하는 경험을 통해 지식을 활용, 탐구할 수 있게 되고 자기 생각을 만들고 다른 이로부터 배울 수 있게 된다. 아이와 교사들의 말과 몸짓이 부드럽고 서로 답하고 돌보는 관계가 실현된다." ⓒ손우정

"1만 개 이상 수업 연구하면서 아이디어 얻었다"

프레시안 : '배움의 공동체'를 창안하게 된 배경과 동기는 무엇인지.

사토 : 대학에 부임한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1주일에 2~3개 학교에 꾸준히 방문해 교실을 관찰했다. 또 교사와 협동해 학교를 안에서부터 개혁하고자 했다. 이제까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특수학교를 합쳐 약 2000개 학교를 방문했고, 사례연구 대상이 된 수업은 1만 개 이상이다. 즉 학교 개혁의 아이디어와 수업을 보는 방법의 대부분은 전국 교실의 학생, 교사, 교장으로부터 배웠다.

두 번째는 국내외 개혁 사례다. 일본 국내 사례는 물론 20개 국을 방문해 조사하면서 앞서가는 사례를 배웠다. 그중 미국의 데보라 마이어가 이끈 뉴욕보스톤 학교 개혁, 이탈리아의 로리스 마라구치가 지도한 레지오 에밀리아의 유아 교육 실천으로부터 큰 배움을 얻었다.

세 번째는 개혁을 뒷받침하는 이론이다. 교육학이나 교육과 관련된 학문으로 수업과 학교 개혁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영역 이론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10년 넘게 '배움의 공동체' 운동을 이끌었다. 시작은 어떠했나.

사토 : 1992년 <대화적인 실천으로서의 배움-학습 공동체를 찾아서>라는 책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처음 언급했고, 이후 니이가타현 오지야시 오지야 소학교의 개혁 사례를 바탕으로, 오지야 소학교 교장이 전임한 나가오카 미나니 중학교에 '배움의 공동체'가 파급됐다.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출발점이 된 것은 1998년 치가사키시 교육위원회가 창설한 '하마노고 소학교'였다. 이후 '배움의 공동체' 시범학교가 된 하마노고 소학교와 후지시의 가쿠요 중학교에는 매월 수백 명의 교사가 찾아왔다.

특 히 가쿠요 중학교 사례가 책으로 발간된 뒤 전국 수천 명의 교사가 학교를 방문했는데, '이 책이 사실인지 아닌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는 이유였다. 오랫동안 현내에서 손꼽히는 문제 학교였던 이 학교가 '부등교 학생' 수를 36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시내 최저였던 학력 수준을 최고로 끌어올린 개혁이 사실이라고 믿기 힘들었던 것이다.

저 자신도 그랬다. 소학교는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중·고등학교는 안 된다고 봤는데 성공적으로 실현되는 사례를 보고 머리 속에서 혁명이 일어났다.

▲ "오랫동안 현내에서 손꼽히는 문제 학교였던 이 학교가 '부등교 학생' 수를 36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시내 최저였던 학력 수준을 최고로 끌어올린 개혁이 사실이라고 믿기 힘들었던 것이다." ⓒ프레시안
"아이들은 배우는 한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프레시안 : 공립 학교를 중심으로 '배움의 공동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본 교육에서 이 개혁이 가지는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토 : 일본에서는 1995년 이후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교육에도 도입됐다. 작은 정부를 추구하면서 교육을 사적 영역에 맡기고, 교육을 서비스화 해서 시장 경쟁처럼 추진한다고 했다.

결국 지난 7년간 15% 이상의 지역에서 학교 선택제를 도입했고, 2001년 이후 능력별 학급제가 도입됐다. 또 2001년 이후 90% 이상의 지자체가 표준학력테스트도 도입했다.

그러나 정작 아이들은 배움으로부터 점점 도주하고 있다.신자유주의는 빈부 격차의 확대를 가져왔고, '자유', '개성', '선택', '경쟁'을 확대하는 신자유주의 레토릭은 공교육의 위기를 만들어냈다.

아이들은 배우는 한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배우는 것은 아이의 권리, 희망의 중심에 있다. 배움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인생의 희망을 박탈당하는 것과 같다.

반면 아이는 배움에서 절망할 때 너무 간단하게 무너지게 된다. 어른, 사회, 친구를 불신하게 된다. '배움의 공동체'가 표방하는 것처럼 한 명도 빠짐없이 아이들의 배움을 실현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기적'을 보면서 제가 배우는 점이기도 하다.

프레시안 : 한국 정부는 최근 경쟁과 자율을 표방하며 교육 개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일본에서도 최근 유토리 교육(여유 교육) 정책을 전면 수정했다는 점도 보수 언론에서 부각한다. 교육에서 신자유주의가 세계적 추세라는 것이다.

사토 : 일본 정부의 성격이 신자유주의로 가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문부과학성의 움직임은 그렇지 않다. 학습지도요령이 유토리 교육 폐지로 가는 건 맞지만 실제 학교는 그렇게 움직이고 있지 않다. 학습지도요령이 한국처럼 학교나 교사를 강력하게 제어하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차이이기도 하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신자유주의 전환이 일어나려 하고 있지 않나. 교육 분야에서도 종래보다 2배 이상 많은 투자를 하기로 결정됐다. 향후 10년 동안 미국의 교육은 변할 것이다. 일본도 변할 것이고 한국의 교육도 변할 것이라 본다.

그간 28개국의 학교에 가봤지만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이외에 선생님이 칠판에 쓰고 학생들이 따라하는 학교는 없었다. 19~20세기에는 학교도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제와 같은 모습이었지만 21세기는 포스트산업사회, 지식 기반 사회이다. 사회가 바뀌었기 때문에 교실, 학교 환경도 새로워져야 한다. 이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학력 향상은 목표가 아닌 결과"

프레시안 : '배움의 공동체'를 실시한 학교에서 학력이 대폭 향상됐다. 이를 두고 '배움의 공동체'가 학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많을 것 같다.

사토 : '배움의 공동체'의 지향 목표는 두 가지다. 한 명의 학생도 빠짐없이 교육의 권리를 행사하는 동시에 질 높은 교육을 받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민주주의의 발전이다.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곳도 학교다. 민주적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도 민주적이어야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민주적이어야 한다.

물론 '배움의 공동체' 학교에서 학력 향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은 결과일 뿐 추구하는 바는 아니다. 그런 결과의 비밀에 대해서는 심지어 개혁의 비전과 철학, 방법을 설계한 나 자신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에서도 '배움의 공동체' 도입이 가능한가? 또는 아이들이 학습 의욕이 없거나 특수학교의 경우에는?

사토 : 입시 때문에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은 일본에서도 많이 받는 사안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는 학교일수록 입시 성적이 나쁘다. 그래서 큰 문제로 삼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오히려 높은 수준의 학교일수록 '배움의 공동체'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또 아이들의 배울 의욕이 없는 학교라면 교사와 교장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 개혁을 하려 하는데 교사가 학생들이 의욕이 없어서 못한다고 말한다? 그를 용서해서는 안된다. 병원에 왔는데 의사가 건강해질 의욕이 없다고 하는 걸 들어본 적 있나? 그렇게 해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어떤 아이이든 품을 수 있는 학교가 아니면 교사가 아니다.

▲ "첫 번째는 교실을 여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교사여도 교실을 닫고 있다면 학생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아무리 부끄럽고 힘들어도 교실 여는 것이 첫 번째 스텝이다. 그걸 할 수 있으면 개혁의 70%는 이뤄진 것이다." ⓒ손우정
"교실을 열어라. 독백이 아닌 대화를 하라"

프레시안 : '배움의 공동체'는 일본이나 한국 내 기존 학교에 있는 교사에게 상당한 노력을 요구할 것 같다. 업무가 많은 교사에게 너무 버겁지 않을까.

사토 : 교사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협력하면 이상적인 학교를 만들 수 있다. 결코 꿈이 아니다. 교사의 역할은 배움의 디자이너이자 촉진자다.

물론 교사들은 저글링을 하는 것처럼 교실에서도, 교무실에서도 여러가지 일에 한꺼번에 대응하고 있다. 지금 열심히 돌리는 교사에게 또 공을 돌리라고 던지면 버거울 것이다. 어리석은 교장은 공을 모두 던지려 하다가 결국 실패하고 만다.

'배움의 공동체'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학교에서는 연간 100번 이상 수업 사례 연구회를 진행하고 있다. 필요없는 회의와 잡무는 다 없앴다.

신 자유주의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이 배움으로부터 도주하게 되면 교사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교사의 일을 '학력 향상'이나 '이지메'와 '부등교' 해결, '진학 실적 향상'이라는 단순하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한정하고 나아가 그 달성을 증명하고 평가받기 위한 자료 작성에 막대한 힘과 시간을 쏟는 상황에 빠지게 만들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응답 책임'과 교사에 대한 전문가로서의 평가는 무시됐다.

프레시안 : 한국에서도 '배움의 공동체'가 가능할까.

사토 : 학교 한 개만 만들면 된다. 그 지역에 하나만 있어도 지역이 변한다. 참 힘든 일이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첫 번째는 교실을 여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교사여도 교실을 닫고 있다면 학생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아무리 부끄럽고 힘들어도 교실 여는 것이 첫 번째 스텝이다. 그걸 할 수 있으면 개혁의 70%는 이뤄진 것이다.

한국처럼 일본에도 수업 연구가 전통적으로 있다. 젊은 교사가 앞에 서고 선배 교사와 학부모 등은 구경하는 수업. 그러나 이런 공개 수업은 아무리 해도 수업이 변하지 않는다.

학 교 안의 모든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서로 그 수업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개혁의 시작이다. 학교만큼 대화가 없고 독백만 차지하는 곳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서로 듣고 대화하는 경험을 하면 학교가 바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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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빈곤가정의 '가난 대물림'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청년인턴제'도 돈이 없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빈곤청소년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중 남성 고등학교 졸업자 실업률은 5.1%(여성 3.6%)로 전체 평균 실업률 4.0%보다 1.1% 포인트나 높았다. 일자리가 없어 거리를 떠도는 빈곤 청소년들은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도 취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조차 없다."고 항변한다. 취업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변변한 취업원서조차 못 내

서울 중구 신당동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주최한 차상위계층 청소년 종합자활프로그램 '두드림존'에서 만난 우영훈(가명·18)·최범수(가명·18)군과 노준호(가명·21)·홍민욱(가명·21)씨. 우군 등은 모두 가정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거나 대안학교만 다닌 고졸 이하 학력의 청소년. 청소년상담원이 최근 양지로 끌어들인 케이스다.

이들은 갖고 싶은 직업이 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일부는 기업체에 변변한 취업원서조차 내보지 못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우군은 '보일러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4개월 가량의 막노동이 이력의 전부다. 그는 "용돈이라도 벌어보려 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면서 "마땅히 할 일이 없어 게임이나 운동을 하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같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최군은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지만 대학 갈 정도로 여유가 없다."면서 "컴퓨터 전문가가 되고 싶지만 취업교육을 못 받고 학력도 낮아 힘들다."고 했다. 요즘 그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도 등록금을 벌기 위해 나선 대학생들에게 뺏겨 더욱 우울하다고 토로했다.

노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선천성 장질환 치료에 들어간 2000만원의 병원비를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은 상태다. 아버지가 지난해 공사장에서 다리를 다쳐 수입이 끊기는 바람에 어머니가 보육도우미로 벌어들이는 약간의 돈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비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그는 "빨리 빚을 갚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시급한데 어딜 가도 학력이 낮고 너무 약해 보인다고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특화된 취업교육 프로그램 필요

전문가들은 취업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청소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예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청소년상담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취약계층 청소년의 자활교육 및 취업연계 프로그램인 두드림존을 3년째 운영하고 있지만 보건복지가족부 등 정부 기관의 지원금은 자활교사의 월급을 주기에도 빠듯한 수준. 이마저도 전액 외부공모기금으로 마련됐다.

청소년상담원 조규필 복지개발팀장은 "요즘 경기침체가 심해져 학업을 그만두는 취약계층 청소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특화된 취업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면 전문가 확충과 복지예산 확대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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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경기도 평택의 한 가전제품 공장에서 일하는 김대하(30) 씨는 매달 100만원 안팎의 월급 중 5분의 1 정도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쓰고 있다.

주위에선 '넉넉지도 않은 형편에 너무 많이 기부하는 게 아니냐'라고 묻지만, 그는 "내 도움을 받은 사람이 훗날 나처럼 다른 사람을 도우면 이 세상에 어렵게 사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겠느냐"며 기부를 줄일 수 없다고 말한다.

김씨는 군 복무 중이던 지난 2000년 당시 병장 월급 1만3천600원 중 1만원을 쪼개 월드비전에 보내면서 기부를 시작했다.

지금은 월드비전과 아동복지재단, 경기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단체에 매달 20만원이 넘는 돈을 기부하고 있다.

김씨는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곧 어머니와도 헤어져 유.소년 시절을 강원도 삼척 큰집에서 어렵게 보냈다.

"동네 어른들은 지나가는 저를 보면 불러 용돈을 챙겨주셨고 학교에선 공부를 그리 잘하지 않는 제게 장학금으로 도움을 줘 고등학교도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그때 주위의 따뜻한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을 것"이라며 "그때 고마움을 잊지 못해, 항상 나중에 돈을 벌면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기부의 동기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05년 12월 교통사고를 내 제대 후에 땀 흘려 모은 돈을 모두 쓰고 휴대전화 요금도 못내 빚을 질 정도로 큰 경제적 위기에 처해 몇 년간은 기부를 중단해야 했다.

지난해 말 '악착같이' 빚을 갚고 생활의 안정을 찾자마자 그가 한 일은 바로 '사랑의 열매'에 정기후원을 약속하는 편지와 4㎏들이 쌀 4포대를 보내면서 기부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이제 다시 적금도 조금씩 부으며 제 미래를 위해 저축도 하고 있다"는 김씨는 "나를 잘 이해해주는 착한 여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싶다"며 소박한 소망을 말했다.

그는 자신의 꿈에 대해 "지금은 일하느라 힘들지만, 대학에도 가고 싶고 꼭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며 "제 꿈이 언젠간 꼭 이뤄지리라 믿는다"며 활짝 웃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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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신여고 김수 교사 '수학마루' 화제
각종 시험문제 가득, 교수법 공유도 가속도
학원강사도 클릭클릭, 2년도 안돼 회원 1만명

"어허, 이거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또 머리 아프게 생겼구만. 후후~"

7일 낮 광주 북구 동문로 광주동신여고 진학실. 이 학교 3학년 수학 담당 김 수(49) 교사가 책상에 앉아 노트북 컴퓨터를 켜더니 이내 웃음 섞인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김수's 수학마루'( http://kimsu.kr ) 서버가 과도한 트래픽(방문자 수)으로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 광주동신여고 김 수(오른쪽에서 세 번째) 교사가 7일 오후 자신의 담임을 맡고 있는 학생들과 교실에서 개인 홈페이지 회원 수 1만명 돌파를 축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김 교사의 홈페이지가 중ㆍ고교 수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퍼져 회원 가입과 회원 등급 상향 요청이 쇄도한 탓이다. 서버용량 증설 비용을 내고 사이트를 복구한 김 교사는 "학생들을 위해 만든 홈페이지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지 몰랐다"며 "오늘 밤도 홈피 관리하느라 꼬박 밤을 새게 생겼다"며 웃었다.

김 교사가 수학 전문 홈페이지를 만든 것은 2002년. 사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일선 교육청이 실시하는 학력평가 기출문제는 물론 각급 학교와 사설학원의 시험문제까지 구해 연도별, 단원별로 정리해 올렸다. 각 단원의 개념을 쉽게 풀어서 설명한 수업식 학습자료와 학원특강 교재 등도 함께 실었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금세 학생들과 학원가에 입소문이 퍼지며 방문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5년간 접속자 수가 무려 20여만 명. 김 교사는 홈페이지가 인기를 끌며 낯뜨거운 성인용 배너광고까지 몰려들자, 2007년 5월 서버 용량을 2.5기가바이트(GB)로 키우고 콘텐츠와 자료를 보강해 회원제로 전환했다.

김 교사는 홈페이지 개편과 동시에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공교육과 사교육 현장을 서로 소통시켜 주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제 홈피에 학원 강사들이 많이 찾더라구요. 그런데 내 자료가 가져가기만 하지 자기들 자료는 안 내놓는 거예요. 그래서 강사들은 자료를 가져가려면 먼저 자료를 내놓도록 회원등급제로 돌렸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수학 교수법 노하우는 물론 기출문제 등 방대한 자료를 얻어가려고 애가 탄 학원 강사들이 꽁꽁 숨겨 놓았던 자료를 하나 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학원 강사들이 "홈피 업그레이드 비용으로 써달라"며 후원금을 내놓기도 했다. 현재 정회원 3,000여 명 중 학원 강사만 1,000명이 넘는다.

학원가에서도 인정한 김 교사의 홈페이지는 지난해 한때 교육자 478명의 홈페이지 중 최다 방문자를 기록했고, 현재도 48명의 수학교사가 개설한 홈페이지 중 접속자 수 1위를 달리고 있다. 회원수도 개편 2년도 채 안돼 1만1,100명을 훌쩍 넘었다.

김 교사는 "유명 강사들의 강의 자료는 물론 사교육 시장에서 돌아다니는 고급 교육정보도 심심찮게 올라와 내게도 도움이 된다"며 "지금은 학원 강사들과 수업방식 등에 대해 서로 의견과 자료를 교환하고 학원식 강의를 학교 수업에 반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 반응도 뜨겁다. 이 학교 3학년 김민정(18)양은 "학원 강의를 접목한 재미있는 수업과 다양한 기출문제를 갖춘 홈페이지 덕분에 학생들이 수학시험 볼 때 무작정 찍거나 수업시간에 조는 일이 많이 줄었다"며 "나 같은 경우는 수학 성적이 조금 올랐다"고 웃었다.

김 교사의 교육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초가 약한 학생들을 위해 수학 각 분야의 개념을 정리하고 수업 내용을 쉽게 옮긴 수학책을 내기 위해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입시에 찌들다 보니 학생들이 (수학)문제를 그저 기계적으로 풀려고만 하죠. 개념만 알면 문제 풀이는 저절로 되는데 그걸 몰라요. 참고서나 교재도 개념 정리를 해 놓은 것은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책을 하나 쓰려구요. 그게 교사로서 역할이기도 하죠."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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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의 고민이 있는 한 십대들의 쪽지는 계속됩니다." - 십대들의쪽지 강금주 발행인
YTN FM '강성옥의 출발 새아침' (오전 06:00~08:00)
강 철원 앵커 ( 이하 앵커 ) : 청소년 상담문화가 전무했던 지난 1984년부터 25년간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은밀한 고민을 털어놓는 탈출구 역할을 해 주었던 조그마한 책이 있죠. 바로 '십대들의 쪽지' 입니다. 지난 12월에 고인이 된 김형모씨는 사재를 털어 청소년들의 고민 상담 내용과 도움이 되는 글을 모은 '십대들의 쪽지'를 매월 발행해 무료로 전국의 중·고등학교와 청소년 단체에 배부해 왔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의 뒤를 이어, 십대들의 쪽지 발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강금주 발행인과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강금주 ( 이하 강금주 ) : 네, 안녕하세요?
앵커 : 쪽지 발행인인 김형모 씨가 지난 해 12월에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정말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어쩌다가 그렇게 돌아가시게 됐죠?

☎ 강금주 : 한 2년 전부터 많이 피곤해 하시고 힘들어하셨어요. 그런데 돌아가실 때는 그냥 배가 아프다고 그래서 병원에 갔었는데 병원에서 사인은 급성 췌장염이라고 그러시고는 입원하신 지 한 이틀 만에 돌아가셨거든요. 그렇게 됐어요.

앵커 : 예, 정말 안타까운 일인데요. 돌아가시고 나서 한 3개월 동안은 쪽지가 나오지 못했죠?

☎ 강금주 : 네, 저희 남편이 2008년 12월호까지 237번째 쪽지까지 발송 작업을 해 놓고 한 일주일 만에 돌아가셔서요. 너무 갑자기 돌아가시기도 했고, 제가 호주에서 돌아와서 다른 일들 처리하고 이러느라고 1, 2월은 안 나오고, 3월에 쪽지가 나왔어요. 238번째 가요.

앵커 : 예, 쪽지 발행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는데 앞으로 사업을 계속하기로 한 그 이유는 어떤 거죠?

☎ 강금주 : 사람들이 많이 이 일을 계속할거냐고 맨 먼저 물었었어요. 영안실 오신 분들도 앞으로 쪽지가 어떻게 되느냐, 그랬는데 제가 남편이 돌아가시던 날, 유언은 못하고 말은 못했는데 하루 종일 제가 옆에 앉아 있으면서 이 일은 아마 제가 죽어도 제 남편이 계속 했을 일이고, 그리고 저희가 25년 동안 계속 해 왔는데 저희가 만날 때부터 이 일로 만났고, 계속 같이 활동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있어서도 인생의 전부였지만 저도 남편을 돕기 위해서 만났기 때문에 그냥 다른 이유 없이 이건 제가 당연히 살아 있는 동안은 제가 해야 되는 일로 여겼어요. 그래서 남편한테 그렇게 약속을 했었어요. 어쨌든 내가 살아있는 동안엔 이 일을 계속 할 테니까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제가 혼자 약속을 했었죠. 그래서 별다른 갈등이나 이런 건 없었어요.

앵커 : 예, 쪽지를 통해서 두 분이 만나셨죠? 소개 좀 해 주시죠. 어떻게 만나셨는지.
☎ 강금주 : 쪽지는 1984년 9월에 첫 번째 호가 발행이 됐는데 저는 11번째 쪽지를 제가 당시에 85년도에 전라남도 고흥에 있는 여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제가 10대들의 쪽지 기사를 보고 제가 가르치던 애들한테 쪽지를 좀 보여줘야 되겠다 싶어서 신청을 했어요. 그래서 쪽지를 받고 나서 한 한달 쯤 지나서 쪽지 발행인이, 여고 3학년이 임신을 해서 상담 편지를 보내 왔는데 그 여학생한테 답장을 보내고 또 산부인과에 데리고 가야되는데 아무래도 10대들의 쪽지 이름으로 해서 편지가 가면 그 여학생이 당시 기숙사에 있었는데 학교에서 뜯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제가 대신해서 학교 봉투에다가 편지를 써서 보내주고 그리고 산부인과 가는 데 같이 여학교, 여선생님이니까 같이 가 줄 수 있느냐고 요청을 했어요. 그래서 세 사람이 다방에서 만나서 그렇게 같이 갔죠.

앵커 : 네, 그렇게 만나서 결혼에 골인하셨네요.
☎ 강금주 : 네, 그 때가 첫 번째였고, 일곱 번째가 저희들 결혼식장이었어요.
앵커 : 아, 그럼 그 동안 쪽지 발행 하는 일을 같이 하셨나요?
☎ 강금주 : 예, 결혼하고 나서 학교를 제가 그만두고 와서 10년 동안은 두 사람이서만 24시간 365일을 계속 같이 했고요. 95년 되면서 저희들이 쪽지를 하다 보니까 상담편지를 그 당시만 해도 1년에 한 3500통에서 4000통 정도를 받았었어요. 그래서 상담편지를 받고 상담편지 답장을 쓰고 이러다보니까 두 사람 중에 누군가가 크리스천 카운슬링을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할 필요가 있겠다. 이 생각을 했고, 그리고 당시에 제가 10년 쯤 지나서 개인적으로 문제도 있고, 그러면 공부를 하러 가자, 크리스천 카운슬링을 공부하기 위해서 가자해서 저희가 그 때, 호주에서 강연 초청을 받았어요, 쪽지 아빠가. 그래서 저희 가족들이 전부 한 일주일 거기를 갔다온 게 계기가 되어서 제가 호주로 애들을 데리고 유학을 가는 계기가 됐죠.

앵커 : 아, 호주로 유학. 그 때가 한 언제쯤 됩니까?
☎ 강금주 : 1995년 1월 이예요.
앵커 : 아, 그럼 늦은 나이에 유학을 간 겁니까?
☎ 강금주 : 예 35살에 제가 영어를 배우자, 영어를 배워서 크리스천 카운슬링을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자, 그래서 애들 둘을 1학년하고 6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갔었죠.

앵커 : 예, 호주에서 변호사 자격증 따셨죠?
☎ 강금주 : 네, 거기 가서 크리스천 카운슬링을 하러 갔었는데 공부를 하다보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로 이렇게 힘들게 공부를 할 거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는 뭔가, 이 생각을 제가 하게 됐어요. 그래서 그러면 제가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법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호주에서는 under graduate으로 학사 학위만 법대에서 받으면 변호사 자격이 바로 주어지거든요. 그래서 법대로 방향 전환을 했죠. 그래서 법 공부를 했어요.

앵커 : 예, 10대들의 쪽지는 지금도 무료죠?
☎ 강금주 : 예, 지금도 똑같아요. 무료예요.
앵커 : 지금은 어느 정도 발행이 되나요?
☎ 강금주 : 제일 많이 발행됐을 때는 한 달에 30만부씩 발행됐었는데요. 한 달에 30만 부에서 20만 부 이렇게 하다가 최근 몇 년에는 남편이 15만부 정도로 줄였었어요. 15만부 정도로 꾸준히 만들어져서 역시 전국에 있는 초등학교하고 중, 고등학교에 전부 무료로 발송이 되고 있죠.

앵커 : 그러면 무료로 발송을 하면 그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요?
☎ 강금주 : 15만부 정도면 저희가 우편 발송 비용까지 합해서 한 달에 2300~2500만 원정도 비용이 들어가요. 처음에는 그렇게 부수가 많지 않았으니까 혼자서 했었는데 나중에는 강연료나 방송료, 아니면 저희가 도서출판 쪽지에서 나온 책 판매 이익금이라든지 모든 수익은 전부 쪽지에 투자가 됐고요. 그리고 제가 호주에 간 것을 계기로 해서 한 10년 전부터 여름방학하고, 겨울방학 때, 언어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수익금이나 모든 게 전부 들어가죠.

앵커 : 그러면 비용 충당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까?
☎ 강금주 : 아니요. 문제 많죠.
앵커 : 예, 알겠습니다. 후원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 강금주 : 예, 후원이 많이 필요하죠. 예전에 쪽지를 받으셨던 분들이 지금 학부모님이 되셨는데 아직도 쪽지가 있었어요? 이렇게 저 10대 때, 도움 많이 받았습니다. 아직도 있었네요, 라고 이렇게 편지를 보내오거나 전화를 해 오신 분들이 많으세요. 제 생각 같으면 그 때는 10대 일 때는 경제력이 없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이제 부모님이 되셨고, 경제력을 가지셨으니까 정말 한 달에 만원, 1년에 만원씩이라도 댁에서 쪽지를 받아주면 그게 이제 쪽지를 도와주는 거죠.

앵커 : 예, 알겠습니다. 많은 분들 좀 관심을 갖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강금주 : 네, 감사합니다.
앵커 : 10대 들의 쪽지 발행인, 강금주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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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북유럽의 학교 (중) ]
'형평성'을 중시하는 핀란드, 한 명의 엘리트가 아니라 고르게 똑똑한 학생들이 자산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피사)을 실시한 이래 핀란드 교육이 전세계의 관심의 초점이 됐다. 2006년까지 세 차례 실시된 평가에서 모두 수위권에 속했기 때문이다. 과학이 주요 평가항목이던 2006년 핀란드는 과학과 수학에서 1위를 했고, 읽기는 2위였다.

물론 한국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선 누구도 피사 성적이 한국 교육체제의 승리라고 말하지 않는 반면 핀란드에선 어디 가나 자신들의 우수한 교육시스템의 결과라고 자신 있게 자랑한다. 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아이들의 성적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고르게 높다는 점이다.

'시골 학교 우선' 적극적 차별정책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성적은 사회경제적 배경과 상관관계가 높다. 피사 성적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평가한 헬싱키대 학 교육평가센터의 토미 카라야라이넨 교수는 학교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피사 결과에 그대로 반영돼 있는 나라의 예로 독일을 들었다. 2006년 성적 분석 결과 독일은 학교간·학생간 편차가 가장 심한 나라에 속했다고 한다. 학교간 편차가 50%나 된 것으로 나타난 우리나라 일제고사 성적 결과를 보면 우리도 독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반면, 핀란드는 거의 모든 학교가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그렇다고 아주 높은 성적을 거둔 우수학교도 없었다. 이런 결과는 OECD국가들의 평균 학교간 격차가 34%인 데 비해 핀란드는 5%에 불과하다는 기존의 조사결과와 부합한다. 카라야라이넨 교수는 이를 교육에서 평등과 형평성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해온 결과라고 단언했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에서 보았듯이 개별 학교는 뒤처지는 아이를 없애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개별학교 단위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학교와 지자체에 대한 예산 투자에서 적극적인 차별정책을 편다. 외따로 떨어진 작은 학교에 도시 학교들보다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게 그 예"라고 요우니 발리예르비 이베스퀼라 대학 교수는 설명한다.

형평성이 교육의 가장 큰 가치로 정착한 이유는 520만 밖에 안되는 적은 인구 탓이 크다. "작은 나라가 성공하려면 교육이 유일한 수단이고, 우리는 잠재적인 재능을 잃어버릴 만큼 여유가 없다는 데 대한 폭넓은 이해가 존재해 왔다"고 발리예르비 교수는 말한다.

국가 통제 없이 교사 전문성 신뢰

이런 생각에 따라 국가가 학생들에게 기울이는 정성은 지극하다. 1860년대 "모든 이를 위한 교육"이라는 목표를 내건 공교육이 시작된 이래 아동·청소년교육은 국가의 의무사항이 됐다. 의무교육은 물론 고등학교도 무상이어서 학생들에게는 급식과 교재비까지 제공된다. 법에 따르면 학교와 집의 거리가 5㎞ 이상인 경우에는 교통비도 지급한다. 북쪽의 라플란드처럼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택시로 학생들을 통학시킨다. 이런 무상 통학지원 서비스를 받는 학생들의 비율이 22%에 이른다고 헤이키 텔라키비 핀란드 지방자치단체연합회 국제국장은 밝혔다.

그렇다고 형평성만으로 핀란드 교육의 우수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교육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교사들의 전문성이다. 핀란드에서 교사는 희망자의 10%만 될 수 있을 정도로 인기직업이다. 초·중등학교 교사도 최소한 석사학위 이상이 필요하다. 교사의 인기는 교육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이 인정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기 때문이라고 토이니 라우타마키 포요이스 타비올라고등학교 교장은 설명한다. 카라야라이넨 교수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 "전문 직종으로 교사들을 믿고 신뢰하는 분위기가 교사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스스로 창의적인 교수법을 연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1992년 검인정교과서 제도가 없어지고 학교가 교육과정을 선택할 자유를 누리게 된 것과 관련된다고 발리예르비 교수는 지적한다. 그 후 학교는 교사·학생·학부모가 힘을 합쳐 스스로 교수요강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교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책임성을 갖고 교육에 임하기 시작했단다. "국가가 통제하지 않으니 교사들 스스로 좋은 학습방법을 더 열심히 연구하고 서로 나누게 됐다"고 사투 혼칼라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 교장도 이를 확인했다.

덧붙여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한 교육철학을 갖고 일관되게 교육정책을 추진한 지도부의 존재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북유럽 교육을 연구해온 안승문씨는 핀란드 교육개혁은 20년간 국가교육청장으로 재임하며 종합학교 제도 도입, 교육과정 개혁, 고등학교 개혁, 교사교육의 혁신 등을 이끈 에르키 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인과 교육자들을 설득하여 교육개혁의 원칙을 지켜냈다. 그 결과 90년대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는 등 부분적인 개혁은 있었지만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교육이념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

학교 단위에서도 지속 가능한 교육이 가능한 구조다. 야르벤파고등학교 앗소 타이팔레 교장은 그 학교에서만 29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유카 오텔린 교감은 20년째 근무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학교를 옮기는 게 드물어 교사와 학교, 공동체 사이의 일체감이 높다"고 오텔린 교감은 말한다. 교육환경의 안정성이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를 낳고 이것이 다시 지속가능한 교육정책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율 평가제도 역시 핀란드 교육의 버팀목이다. 핀란드의 교사평가나 학교평가는 결코 타율적이지 않다. "학교에 대한 평가의 기본원리는 학생이나 교사에 대한 평가의 그것과 마찬가지다. 평가는 목표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교사나 학교가 먼저 목표를 정한다"고 혼칼라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 교장은 설명한다.

그렇게 각 학교가 목표와 달성 기준을 정한 뒤 1년에 한번 결과 보고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내 승인을 받으면 된다. "보고서라고 해야 15쪽 정도다. 시 학교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보고 필요하면 간단한 논평을 하고 학교는 그 논평을 반영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학교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학교위원회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혼칼라 교장이 밝힌 학교평가 과정이다. 핀란드의 평가는 문제를 지적하고 벌주기 위한 게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텔라키비 국제국장의 발언과 같은 이야기였다.

타이팔레 야르벤파고등학교 교장은 평가가 지원으로 이어진 예를 하나 들었다. "지난해 조사 결과 우리 학교에는 좀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사실 즉, 학교에 더 많은 간호사와 심리학자와 상담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학교는 간호사와 상담사의 증원을 지자체에 요구했고, 지자체에서는 증원을 허가했다."

자율적 목표, 지원 위한 평가 제도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 핀란드는 표준화를 지향하고 읽기·수리 등 문자해독 능력을 강조하며 교사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요구하는 세계의 일반적인 교육 사조와 달리, 유연성과 다양성을 지향하고 광범하고 폭넓은 지식을 강조하며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교육을 추구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카라야라이넨 교수는 분석했다.

헬싱키(핀란드)=글·사진 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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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역아동복지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주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습을 지도하거나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부모들이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입니다. 주로 아이들 방과 후 학습을 지도해주기 때문에 ‘공부방’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순수 비영리민간단체들이 시작했던 사업인데, 그 사회적 역할을 인정받아 정부 예산 지원을 일부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은 센터 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가 급식비를 뺀 공부방 월 평균 운영비만 600만원이라는 정책연구 보고서를 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공부방 한 곳당 지원액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월 지원비는 220만원. 올해 초 월 465만원을 지원키로 국회 보건복지위(보건복지위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이런 현실을 이해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가 의결했으나,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안은 월 219만원으로 줄어들었네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이명박 대통령이 ‘신빈곤층’ 운운하며 생쑈를 벌이는 와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사회복지 일을 하는 아내 말에 따르면 예산 지원이 부족해 이들 아동복지센터 직원들은 사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들 인건비를 받아간다고 합니다. 이들 직원들은 자신들의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박봉(월 1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네요.)이 지만,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공동체 생활을 몸에 익히며, 학원 과외를 받는 아이들에 비해 훨씬 열악한 여건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끼며 버틴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하루 이틀이지 보람과 자긍심에도 불구하고 2~3년 지나면 여건이 너무 힘들어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그런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극빈자나 저소득층, 장애인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이들 아이들의 가정이 경제적 문제 등으로 해체 위기를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들 센터에 아이들을 맡기려는 수요는 늘고 있는데, 수용 인원과 예산에 한계가 있어 다 못 받는다고 합니다.


이 같은 지역아동복지센터의 수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예산 지원액도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선진국 가운데는 이들 지역아동센터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직접 건립하고, 운영하는 곳이 대다수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민간에서 하는 사업들을 정부가 쥐꼬리만큼 보조해주는 수준인데, 그마저도 인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에 정부가 지원해주는 예산은 모두 합해봐야 359억원. 이 예산을 두 배로 늘려봐야 720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현 정부는 최근 차상위 계층 21만명에 대한 의료급여를 오는 4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기초생활 수급자 숫자도 지난해보다 1만명 줄였습니다. 정부가 겉으로 말하는 사회 안전망 강화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런데 한국 사회가 이 정도 수준의 복지지원도 감당할 수 없는 나라라면 말도 안 합니다. 온갖 불요불급한 건설토목사업에는 돈을 펑펑 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당장 현 정부가 국민들 대다수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4대강 하천정비 사업에 털어 넣는 돈만 향후 4년간 18조원이라고 합니다. 지역아동센터에 올해 투입하는 돈의 500배가 넘는 돈입니다. 더구나 정 부는 올해 4대강 정비사업 예산 등 지난해보다 26%나 증액된 SOC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이미 기존에 발표한 대로 종합부동산세 대폭 완화와 소득세법, 법인세, 상속세 완화 등을 통해 상류층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안을 관철시켰습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초 ‘녹색뉴딜’이라는 각종 건설경기 부양책을 또 한 번 내놓았습니다. ‘녹색’이라고 포장했지만, 도대체 왜 하는지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건설토목 사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고급 스테이크로 포장한 저질 소시지’였습니다.


대 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삽질경제학’의 대가라서 좀 더 심하긴 하겠지만, 한국 정부의 토건사업 위주 개발 일변도 정책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역 정치권과 함께 티 나는 개발사업을 하면 되지 정말 시민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따라 개발계획을 내놓는 것입니다. 이는 개발시대 때에나 통하던 방식입니다. 개발시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인프라가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다 수요가 생겨나고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습니다.


하 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마련돼 있습니다. 이런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습니까?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다고 그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당장 주변에 사시는 곳부터 한 번 확인해보세요. 제가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느꼈지만, 도서관 짓는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정작 매년 도서 구입비 예산은 1억원 남짓합니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책이 없지요. 마찬가지로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이는데 정작 짓고 나면 질 낮은 프로그램밖에 안 돌아갑니다.


제 가 지금 살고 있는 일산의 킨텍스나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산 킨텍스를 짓는데는 2400억원, 종합운동장을 짓는데는 약 1200억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산 킨텍스의 연중 가동률은 50%도 안팎입니다. 그나마 그 정도 규모의 전시면적이 필요한 행사를 치르는 날 수는 일년에 불과 2~3주 안팎입니다. 그렇게 커다란 건물을 지어놓고는 안에서 뭐하는지 아십니까? 겨울에 인공 눈썰매장 한 켠에서 운용하고, 여름에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기존에 있는 킨텍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지금 제2킨텍스를 짓는다고 난리입니다.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2부 리그팀이 경기하는 게 일년에 10여차례에 불과한데, 그 외에는 그 큰 운동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도대체 시민들에게 거의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고, 경제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막대한 개발사업을 누구를 위해 하는 겁니까?


위 의 지역아동센터 예에서 본 거서처럼 돈들이 남아돌아서, 다른 데는 쓸 데가 없어서 이런데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몇 년 간 아이들을 키우던 제 처가 얼마 전부터 사회복지사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질 정도랍니다. 장애 때문에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 가만 있던 집값이 재개발 붐에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라 자활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 한 달 생활비 10만원 정도로 버티며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떼우는 사람 등등. 아내가 담당하는 케이스만 220가구.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220가구를 대상으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5000만원이랍니다. 아내는 예산이 몇 천만원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합니다.


도 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는 일들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전체로 매년 수십조원씩 낭비하면서 당장 기초적인 사회복지 체계도 제대로 구축을 못하고 있다니요. 그런데 아직도 정부 관료와 정치권은 이런 개발사업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왜냐? 나중에야 어떻게 되더라도 뭘 만들고 짓는다 하면 사람들이 혹하니까요. 정치권은 표 얻을 수 있고, 뒷돈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관료들은 눈에 안 보이는 복지 프로그램 돌리느니 생색나는 실적 만들어서 좋고, 건설업체들은 사업으로 돈 벌어서 좋습니다. 관변 학자나 연구소들은 용역 프로젝트 많아져서 좋고, 언론들은 건설업체들 광고 물량 많아져서 좋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개발 옹호세력들을 저는 ‘개발 5적’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토건족, 건설족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일 본도 버블이 붕괴할 때 토건족의 압력으로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도 없는 댐이 지어지고 노루와 토끼만 다니는 도로도 숱하게 생겼습니다. 많은 리조트와 골프장은 버려지고 도산했고요. 이런 개발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 재정 고갈을 부추겼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아직도 ‘개발만이 살길’인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부유층을 위해 막대한 감세안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재정건전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고민은 하고 있을까요?


이 제 개발경제 시대 때의 경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나 수요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개발사업으로는 선진경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 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첨단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조경제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영역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합니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한 국가경제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람에게 투자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을 육성합니다. 한국 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 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냅니다.


필 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 보스턴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보스턴에 대규모 공장이 있는 것도, 고층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100년 이상 된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웬만한 도로는 누더기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보스턴이 못 사는 동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스턴의 평균 가구 소득은 미국 평균의 약 2배 정도입니다. 소득 수준으로는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도시입니다. 싱가폴이 2000년대 초반 일시적인 불경기로 휘청거릴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던 도시도 바로 보스턴입니다. 보스턴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은 싱가폴 경제는 이후 생명공학기술과 의료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보스턴에 뭐가 있길래 행정구역상으로 60여만명, 광역 보스턴(Greater Boston)으로 따져도 340만 정도에 불과한 도시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낼까요?


보 스턴에는 인재가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과 MIT, 보스턴대학(BU), 보스턴칼리지(BC),터프츠 대학 등을 필두로 100여개의 각종 대학들에서 매년 엄청난 인재가 쏟아져 나옵니다. 많은 인재들이 뉴욕이나 워싱턴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보스턴에 남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이 발달해 있고, 관련 분야에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합니다. MIT를 중심으로 한 각종 IT산업과 로봇공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이전해옵니다. 또한 인재들은 자신들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꿉니다. 베인 앤 컴퍼니나 보스턴 컨설팅그룹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펌들도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역시 보스턴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이들 회사의 토대가 됐습니다.

 

보 스턴 필하모닉과 보스턴 발레단처럼 보스턴은 젊은 예술혼과 창조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인구 60만의 도시에 공립도서관만 36개나 됩니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에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닌, 진짜 공립도서관이 30개도 채 안 되는 것과 너무나 비교됩니다. 이런 보스턴 경제의 활력이 모두 사람과 교육, 문화에서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선진경제가 가는 길이 바로 이런 방향입니다.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도 가야 하는 방향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결 국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식 세대가 살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첫 걸음은 무턱대고 내지르는 토건국가적 개발사업 남발을 자제해야 합니다.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과거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적 행태는 멈춰야 합니다. 대신 그렇게 아낀 돈을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 대신 국내시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소득층과 노후세대를 위한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체계적으로 마련해가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스템을 만들면 이를 위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콘 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습니다. 땅과 집이 아닌,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자식세대 홀로, 또는 부모세대 홀로 만들 수 없습니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합심해서 힘과 지혜를 모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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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 뉴질랜드 > =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 고교생들이 19일 아테네에서 열린 세계 고등학생 토론대회에서 영국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고 뉴질랜드 언론들이 보도했다.

토론의 달인들이 맞붙은 결승전에서 뉴질랜드 대표팀은 '불법 이민자들은 모두 사면을 받아야 한다'는 제안을 들고 나가 지난해 결승전에서 자신들에게 패배를 안겼던 영국팀에 6대 1이라는 큰 스코어 차로 설욕하며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뉴질랜드는 지난해 워싱턴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영국에 4대 5의 근소한 차이로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삼켰었다.

뉴질랜드 국민당 정부의 제2인자 빌 잉글리시 재무장관의 딸 마리아 잉글리시(17·웰링턴 새뮤얼 마스든 고교)가 이끄는 뉴질랜드 대표팀은 전 세계 40여개 국가 고등학생 300여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싱가포르, 캐나다, 웨일스, 페루, 네덜란드, 칠레, 방글라데시, 독일 등을 차례로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었다.

잉글리시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뒤 열기로 가득 찼던 이번 대회를 승리로 마치게 돼 기쁘다며 "환상적인 기분"이라고 뉴질랜드 언론에 밝혔다.

그는 "영국과 맞붙은 것은 아주 멋진 재경기였다"면서 "토론도 시종 엎치락뒤치락할만큼 뜨거운 공방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서로 팀을 믿어야 하는데 우리 팀이 그런 팀이었다"고 동료들에게 신뢰를 표시한 뒤 "하지만 토론은 시종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뜨겁게 벌어졌다. 그만큼 영국 팀도 훌륭한 팀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장인 잉글리시를 비롯해 홀리 젱킨스(18·로워 허트 세이크리드 하트 고교), 제니퍼 새비지(18·왕가누이 고교), 톰 첸(18·해밀턴 힐크레스트 고교), 벤 콘펠드(18·오클랜드 킹스 고교) 등 뉴질랜드 고교 대표들은 승리를 거둔 뒤 뉴질랜드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수많은 축하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뉴질랜드가 세계 고등학생 토론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 1995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ko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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