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원만 내면 수백만원 건강보험 혜택

한달치만 선납해도 자격… 내국인과 형평성 논란

'위암·간암 등은 한국이 더 잘 치료' 인식도 한몫


미국 L.A시에 거주하는 재미교포 최모(63·여)씨는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엉덩이 관절을 인공관절로 갈아 끼우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미국 병원에서 엉덩이 관절에 퇴행성 관절염이 심해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최씨는 선뜻 나서지 못했다. 의료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면 약 10만 달러(1억원)나 들어 가기 때문이다.

최씨는 결국 국내에 들어와 수술을 받았다. 그는 수술 후 2주 동안 재활치료를 받고 미국으로 돌아가 휴양 중이다. 한국 병원에서 나온 최씨의 치료비는 약 1000만원. 최씨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그 중 300만원만 지불했다. 나머지는 700만원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됐다.

지 금까지 건강보험료를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최씨가 어떻게 국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가 국내 건강보험에 가입하는 절차는 간단했다. 입국할 때 재외국민으로서 친인척 주소지에 국내 거소(居所) 등록 신고를 한 후 지역건강보험 사무소를 찾아가 한달 평균 보험료(5만9800원)만 내면 됐다. 즉 최씨는 6만원이 안 되는 돈을 내고 700만원 가량의 국내 건강보험 혜택을 입은 것이다. 만약 최씨가 계속해서 국내 병원에서 건강보험 진료를 받기 원한다면 매달 평균 보험료를 계속 내면 된다.

지난해까지 재외교포는 보험료 3개월치를 한꺼번에 내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으나 이를 두고 장기 체류를 하려는 재외교포들이 고액 부담이라며 불만을 제기하자,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부터 1개월치 선납으로 줄였다.

이 처럼 재외교포들의 국내 건강보험 가입 요건이 느슨해지면서 기존에 수년간 또는 수십 년간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온 국내 가입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재외교포 환자들의 고국 방문 치료가 부쩍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적은 한국인이지만 이민 등으로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말소됐다가 국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다시 건강보험에 가입한 재외교포는 2005년에 4682명이었다. 그러다 2007년에는 9181명으로 2배 가량 늘었고, 올해는 6월 말까지 이미 6683명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만3300여명의 재외교포가 국내 건강보험에 가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3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 들은 주로 위암·간암 등 미국인보다 한국인에게 흔한 질병에 걸린 재미교포들이다. A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한국인 환자를 많이 치료해본 한국 병원의 치료 성적이 미국보다 우수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포 환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등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위암 3기의 경우 한국 병원의 5년 생존율은 50%대인 반면 미국은 30%대이다.

교민 사회의 고령화도 고국 원정 치료를 늘게 하는 요인이다.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박윤수 교수는 "인공관절 수술 등 노인성 질환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노년층 교포 환자들이 미국은 물론 캐나다·동남아시아에서도 오고 있다"며 "현지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아무래도 한국 병원이 말도 잘 통하고 지내기 편해서 고국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제는 국내 거주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질병 치료를 받건 안 받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국외 거주 교포 환자들은 질병이 생겼을 때만 잠시 국내 건강보험에 가입했다가 치료가 끝나면 다시 돌아가버리면 그만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이들은 '해외 원정 치료 환자' 특성상 암·심장병 등 중병을 단기간에 집중 치료를 받는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기여는 없이 혜택만 고스란히 받아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은 보험료 등 수입액이 25조2697억원, 진료비 등 지출액은 25조5544억원으로, 2847억원의 당기 재정 적자를 내 전반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해 외 환자를 유치하는 국제보건의료서비스협의회 관계자는 "국내 병원 산업의 발전을 위해 교포들의 모국 방문 치료를 활성화할 필요는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건강보험 적용은 기존 국내 가입자들의 재정 기여도를 감안해 좀더 합리적인 방안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의료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재미교포는 전체 220만~240만명 중 약 40만명 정도로 파악된다. 미국에서는 민간보험회사가 파는 의료보험 상품을 구매하거나, 직장에서 대신 지불해줘야 한다.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재미교포들의 경우 한 달에 400~800달러(40만~80만원)에 달하는 미국 보험회사의 고액 보험료가 부담돼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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